Tennis Racquets Through the Years
1970~80년대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지미 코너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테니스. 테니스의 역사는 무려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세기경부터 유럽의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라뽐므(La Paume)'라는 경기가 테니스의 효시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귀족과 프랑스의 수도승들이 손바닥으로 공을 치고 받는 그저 단순한 볼 게임이었다.
'라뽐므'는 당시 지배층인 성직자들과 귀족들이 규칙을 만들면서 '주 드 폼므(Jeu de Paume)'라는 스포츠로 발전했다
맨손으로 공놀이를 하던 수도승들은 손이 아파 장갑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장갑으로도 아픔이 가시지 않자 나무 패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손이 아닌 라켓이라 부를 만한 형태가 등장한 때는 14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초기 중세 라켓의 형태
초기 중세 라켓은 커다란 나무 틀에 거트 끈이 묶여 있는 형태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타원형에 비하면 물방울 모양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라켓의 형태는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테니스 라켓의 기원
나무 라켓
현재 우리가 잘 아는 형태의 테니스 라켓은 1874년 영국의 육군 장교 윌터 윙필드(Walter C. Wingfield) 소령에 의해 발명되었다.
최초의 론테니스 라켓을 개발한 영국의 육군 장교 윌터 윙필드 소령
그가 발명한 초기의 나무 라켓은 공을 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넓은 헤드로 제작되었지만,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져 크고 무거웠다. 그러나 나무 라켓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정한 경기를 허용하며 테니스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나무 라켓은 무려 100여 년 가량 거의 그대로 유지되며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나무 라켓 시대는 무려 100여 년 가량 거의 유지되며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947년, 나무 라켓의 판도를 바꾸는 라미네이트 나무 라켓이 등장한다. 라미네이팅(얇은 나무 층을 함께 접착하는 기술) 목재로 만든 최초의 테니스 라켓이 탄생한 것인데, 페인트와 데칼을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아이코닉한 나무 라켓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이 시대 던롭, 윌슨, 슬레진저, 스팔딩이 나무라켓 시장을 점령하게 된다. 대부분의 다른 라켓 제조사들은 혁신을 따라가지 못한 채 이 시기에 소멸되고 만다.
던롭 맥스플라이 포트 라켓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테니스 라켓으로 던롭 맥스플라이 포트(Dunlop Maxply Fort)와 윌슨 잭 크래머(Wilson Jack Kramer)가 꼽힌다.
윌슨 잭 크리머 라켓
금속 라켓
오랜시간 나무가 주 소재로 이어져 오던 테니스 라켓은 1961년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라코스테의 창립자인 르네 라코스테(René Lacoste)가 금속 라켓을 발명한 것.
금속 라켓을 최초로 개발한 르네 라코스테
금속 라켓은 20세기 초부터 등장했지만 너무 무거운 탓에 선수들은 계속해서 더 가벼운 목재 라켓을 사용했다. 르네 라코스테는 1957년 최초의 강철 라켓에 대한 특허를 받았는데, 메탈은 나무 소재보다 더 가벼웠고 의료용 테이프를 감아 그립감 또한 더 좋게 만들었다.
르네 라코스테는 테니스 선수가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공을 던져주는 볼 런처(ball launcher)도 발명했다
이후 라코스테의 라켓에 대한 권리를 사온 윌슨은 1967년, '스틸 라켓 T-2000' 모델을 윌슨 카탈로그에 선보이며 스틸 라켓의 시대를 열었다.
스틸 라켓 시대를 연 윌슨의 'T-2000' 모델
T-2000 모델은 테니스 레전드인 빌리 진 킹(Billie Jean King)과 지미 코너스(Jimmy Connors) 선수가 애용했는데, 특히 지미 코너스는 이 스틸 라켓을 사용해 그랜드슬램 중 하나인 US오픈에서 다섯차례나 우승하기도 했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남자 선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지미코너스가 유행시킨 윌슨의 T-2000 메탈 라켓
총 39개의 그랜드 슬램 우승을 거둔 테니스 여제 빌리진 킹
라켓은 점점 더 진화하여 스윗스팟을 확대하는 등 기능적인 개선과 함께, 1970년대부터는 스틸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라켓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과 강철 프레임이 도입되어 더 가볍지만 내구성은 향상된 라켓이 만들어졌고, 이 라켓은 더 큰 힘과 기동성을 제공하여 플레이어들이 샷에서 더 많은 속도와 스핀을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흑연 라켓
목재 라켓에서 금속 재료로의 전환은 테니스 라켓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1970년대 도입된 흑연의 등장이었다.
프린스 그래파이트 프로 시리즈 라켓(1983)
흑연 및 그래파이트는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좋아 강력하면서도 조작성이 뛰어난 라켓을 만들 수 있었다.
1980년, 던롭은 흑연을 사용한 전설적인 테니스 라켓인 MAX 200G 모델을 개발했고, 존 매켄로(John McEnroe)와 슈테피 그라프(Steffi Graf)가 이 라켓을 사용하며 빠르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던롭 MAX200G 모델을 사용한 존 매켄로(1983)
존 매켄로는 지미 코너스, 비외른 보리, 이반 렌들과 함께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테니스 스타였다
특히, 슈테피 그라프는 역사적인 1988년 시즌에 이 라켓을 휘두르며 골든그랜드슬램(테니스 커리어에서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하고 같은 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달성)을 획득하기도 했다.
테니스 역사상 유일하게 한 해에 골든 슬램을 달성한 슈테피 그라프(1988)
1988년 윔블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슈테피 그라프
아서 애시(Arthur Ashe), 존 매켄로, 슈테피 그라프 등 유명 선수들이 사용하면서 흑연 라켓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미 코너스와 아서 애시가 함께한 1975년 윔블던 경기
현대의 테니스 라켓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기술은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테니스 라켓은 세라믹, 탄소섬유, 티타늄 등 다양한 고급 복합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라켓을 더욱 가볍고 강하게 만들어 더욱 강력한 파워와 컨트롤을 가능하게 한다.
라켓의 소재와 구조는 물론, 라켓의 형태와 디자인도 플레이어들의 요구와 성향에 맞춰 다양화되고 있다
일부 선수는 더 큰 라켓 헤드 크기를 선호하는 반면, 다른 선수는 더 작은 크기를 선호하는 등 라켓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크기와 무게로 만들어지고 있다.
(원문 출처 : Racquet Magazine Issue 8, Evolution of Tennis Rackets, Evolution of Tennis Rackets)
테니스 라켓의 역사를 살펴보면 테니스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프랑스 수도승들이 맨손으로 공을 치던 단순한 볼 게임에서, 영국 사람들은 이 게임을 자국에 들여오며 넓은 잔디밭 위에서 목재 라켓을 들고 네트 사이로 공을 주고 받는 '론테니스(lawn tennis)'라는 오늘날의 테니스를 창안했다.
영국 사람들이 이 경기를 자국에 소개할 때 '테네즈(tennez)' 즉, '공을 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에서 오늘날 테니스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
당시 론테니스의 경기대회를 창시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1877년 윔블던의 한 클럽에서 대회를 열게 되었고, 이 대회가 지금의 4대 그랜드 슬램 중 하나인 윔블던 대회로 자리잡게 되었다.
4대 그랜드 슬램 중 하나인 윔블던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테니스 대회로, 1877년 첫 대회가 열렸다
초기 목재 재료부터 금속 라켓을 거쳐 오늘날 사용되는 첨단 복합재료에 이르기까지. 라켓은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으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라켓의 발전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더 많은 힘과 제어력, 정확성을 갖고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테니스 경기의 속도와 운동능력 측면에서 테니스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테니스는 이제 보다 역동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 관람객들이 매료되며 선수와 관객이 전보다 더 함께 호흡하는 스포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