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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rade Lee's Steak Association

 

 

인류는 불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손도끼를 만들어 고기를 저미거나 두들기는 방식으로 원육을 섭취했다. 본래는 수백만 년간 채식 위주로 에너지원을 섭취하였기에 질기디질긴 사냥감을 그냥 질겅질겅 씹어 넘기기엔 신체 구조가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다소 원시적이지만 나름대로 ‘가공’의 형태를 취해야 했다.

그러다 약 80만 년 전 불을 발견하면서 인류는 섭식의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중대한 변수였다. 불에 고기를 익혀 먹게 된 인류는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영양소를 더 쉽게 받아들였다.

생존에 필요한 식량의 절대량이 줄었고, 그에 따라 소화기관은 짧아졌다. 남은 시간에 인간은 더 복잡한 사고를 하고 이전보다도 더 과감히 행동했다. 뇌의 용적은 자연스레 커졌다.

그렇다. 고기를 '어떻게' 먹을 거냐는 문제는 취향 이전에 우리 본능에 녹아있는 생존의 열쇠였다. 건강보조제가 없던 시절에는 아미노산과 더불어 신체 대사를 돕는 다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고기나 다름없었다.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인류는 사냥감을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자신들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체득했다. 당장 하루하루 급급하던 인류는 미래를 대비하고자 했다.

사냥감을 도축해 비축하는 단계를 넘어 한곳에 정주하면서 가축을 키웠다. 소유의 시도는 곧 에너지원을 음식이라는 고차원적인 개념으로 대하는 계기였고 종국엔 '요리'가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지는 저장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1960년대 진공포장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인류가 수천 년간 활용해온 숙성 방법이 있다.

 

©셔터스톡

 

바로 드라이 에이징이다. 기록이 미천하지만, 비교적 추적이 쉬운 수 세기 동안은 드라이 에이징이 정육업자들이 고기를 '보존'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는 역사가 분명한 사실로 남아있다. 갓 도축된 신선한 고기를 먹거나 웻 에이징 같이 최첨단 시스템이 시장에 퍼진 시기는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콜드체인의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고기를 보관하는 방법은 자연히 자연의 지형지물과 온습도를 이용한 건조 방식에 달려있었다. 유통과 냉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오랫동안 익숙하게 활용해왔던 드라이 에이징을 낯선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과거를 잊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원육 생산지인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다시 한 번 드라이 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드라이 에이징 고기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Back to the Basic. 육류를 대하는 관점이 과거를 기초로 돌아가고 있다.

웻 에이징은 수분 손실을 막아 촉촉한 상태로 원육을 숙성하는 방식으로, 밀폐된 진공 포장지에 고기를 넣어 공기를 차단하는 게 골자다. 그에 반면 드라이 에이징은 원육이 공기에 전면으로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수분이 날아가고 갈변 현상이 일어난다.

 

©Journal of Animal Science and Technology

 

따라서 온습도를 비롯해 바람의 세기와 양, 즉 통풍의 정도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숙성의 질을 전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수분 손실과 갈변의 퍼센티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인즉, 고기를 어느 정도까지 잘라낼지 관여하는 부분이다.

통상 40일 내외로 숙성하는 드라이 에이징의 특성상 숙성자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인간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뉴욕에서부터 지금 한국에 이르기까지 십 년 가까이 드라이 에이징 하나에 깊이 몰두하고 있는 금융권 종사자 Comrade Lee(별칭)를 만나 드라이 에이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눠봤다.

 

 

드라이 에이징에 천착한 지 십 년 가까이 됐다고요.

2013년부터 빠졌으니까요. 그때가 뉴욕에서 막 일을 시작한 때였는데, 사실 드라이 에이징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뉴욕의 스테이크 하우스들이 드라이 에이징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죠.

다만 그중에서 몇몇 스테이크 하우스가 드라이 에이징 방식을 적용해 스테이크를 내놓고 있었는데, 그쪽에 업무차 가서 한두 점 먹어봤는데 맛이 참 괜찮더라고요.

 

Quality Meats Tomahawk Steak ©Atsushi Tomioka

 

당시 맛보았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가 뭔가요.

퀄리티 미츠라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어요. 거기 토마호크가 기억이 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나 피터 루거는 사실 포터하우스 위주인데요. 퀄리티 미츠는 엄청 큰 뼈대에 붙은 큰 덩이의 고기를 무심하게 툭 1인분이랍시고 주는데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압도되는 비주얼이었습니다.

 

Whole Foods Market ©Thread Collaborative

 

인상이 강했던 만큼 직접 만들어볼 엄두가 쉽게 나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저도 처음엔 맛있다는 감상평 차원에서 끝났어요. 그런데 아무리 뉴욕에서 일하는 금융권 종사자여도 매번 한 끼에 20만 원씩 까먹는 건 무리였어요.

그래서 홀푸드마켓을 방문했죠. 콜롬버스 서클 근처에 홀푸드마켓이 있는데 실내로 들어가니 드라이 에이징 냉장고가 떡하니 가운데에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드라이 에이징 고기가 큐레이션이 되어 있었고요.

궁금해서 한 번 사봤습니다. 드라이 에이징을 접하기 전에는 월마트에서 일반 고기만 사다가 드라이 에이징을 사서 먹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이후 시간날 때마다 사 먹고 틈틈이 연구도 하면서 경험의 폭을 늘려 나갔습니다.

 

일개 마니아가 어떻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나요. 직업으로 삼지도 않았는데요.

귀국해서 장교로 군대를 가게 되었어요. 소득 수준이 10분의 1로 하락하다 보니 드라이 에이징을 소비하기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처럼 드라이 에이징을 전개하는 곳도 별로 없었고요. 가격은 당연히 비싸고, 드라이 에이징 고기를 소비자한테 파는 데도 마땅치 않았죠.

그때부터 찾아본 겁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요. 당시만 해도 유튜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라 주로 미국의 레딧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나 해외 블로그를 참고했어요.

그러다 자료 하나를 봤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충남대에서 쓴 논문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드라이 에이징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며 깊이를 더해나가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충분한 이론의 토대를 쌓아나가며 시행착오를 줄여나갔군요. 초창기 어떤 방법으로 드라이 에이징을 시도했나요.

공부하면서 미트 에이저 혹은 스테이크 에이저라 일컫는 기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냉장고 안에 기계를 넣고, 또 그 기계 안에 고기를 넣는 방식을 취하는 거예요. 온습도 조절과 통풍을 도와주는 장치죠. 60불짜리 제품이 있길래 사서 시도를 해보니, 어라 이게 진짜 되는 거예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라이 에이징을 하게 되었죠. 기계를 계속 진화해 나가면서요. 처음엔 자그마한 음료 냉장고 사서 안에 손 선풍기와 제습제 넣어서 숙성하던 게 시초였어요.

 

 

어떤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꼈나요.

고기를 처음 사면은 조금 자른 다음에 원육을 먼저 먹어봅니다. 정형을 하면서 잘라 내야 하니까요. 그때의 맛과 숙성을 거치고 난 다음 맛이 완전히 다른 걸 느낄 때 오는 성취감이 정말 남다릅니다. 내가 완전히 다른 고기를 만들었구나 싶은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렇고 고기를 즐기는 문화권은 보통 집단으로 먹는 방식이 많아요. 육식이 커뮤니티 가치를 창출하는 거죠. 사실 자연스러운 겁니다.

 

 

원래 육식은 선사 시대부터 커뮤니티 차원에서 섭취가 이루어졌거든요. 사냥하고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엔 썩어버리고 애써 힘들게 얻은 귀한 식량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에요.

드라이 에이징도 같은 맥락이에요. 큰 단위로 숙성을 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로스가 너무 생겨서 다 잘라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한다 해도 혼자서 먹기 힘든 양이 생산됩니다.

그때 사람들을 초대하는 거죠. 드라이 에이징이 스토리텔링의 수단이 되는 거예요. 요리를 하는 행위를 넘어서서 가치를 함께 나누는 거죠. 탐닉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면 될까요.

 

 

드라이 에이징 하고 나서 손실율이 보통 어떻게 되나요. 무게로 따졌을 때요.

수분이 날아가서 생기는 로스와 고기를 잘라내면서 생기는 로스가 있습니다. 수분 로스가 10~20% 정도 될 겁니다. 잘라내는 정도는 고기의 크기에 따라, 또 숙성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요. 보통 20~30%의 무게를 잘라냅니다. 그래서 최대 원육의 반절을 날려 보낼 수도 있죠. 숙성을 잘했다면 20~30% 정도 손실에 그치게 됩니다.

 

 

오랫동안 드라이 에이징을 직접 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을 듯합니다. 어떤 부분을 주의하면서 숙성을 해야 하나요.

우선 드라이 에이징에 적합한 원육을 찾야 합니다. 고기는 크게 단백질과 지방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물과 기름은 서로 밀어내니까 지방 부분엔 수분 로스가 없어요. 근데 단백질에선 수분 로스가 생기죠. 단백질과 지방의 적절한 분포가 중요한 이유예요. 두 요소가 맛에서 큰 역할을 하거든요.

 

어떤 역할을 하는데요?

수분 손실이 없다고 했지만, 지방에도 맛 변화가 일어납니다. 숙성된 지방엔 약간의 꿉꿉한 치즈 향이 붙어요. 무가염 치즈 맛이라고 표현하면 맞겠네요. 먹어보면 미묘한데 그런 맛이 나요. 그래서 가끔 지방을 잘라내면서 그거를 버리지 않고 얼려 놓을 때가 있습니다.

 

다른 요리에 쓰려고.

그렇죠. 예컨대 햄버거를 만들 때 그걸 넣으면 어느 정도 좀 맛이 보장되거든요.

 

원육은 그렇고, 기술적으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한가요.

숙성 과정에서 온습도와 통풍 조절입니다. 제습제를 넣는다는 게 그래서예요. 다만 자칫 습도 조절에 실패하면 과 건조가 발생해서 손실량이 많아져요. 습도가 너무 떨어지면 물을 뿌려줘야 할 때도 있어요. 때문에 가습을 하는 기능을 갖춘 기계도 있습니다. 이런 제반 사항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정해진 온습도 수치가 있나요.

주요 논문에 따르면 1도에서 8도 사이, 최적은 4도를 유지하면 좋다고 보고 있어요. 습도는 70~80%가 평균입니다.

 

습도가 꽤 높네요.

일반 냉장고 습도가 한 4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죠. 그런데 70~80% 정도는 되어야 추후 손실되는 부분이 덜합니다.

 

숙성은 보통 며칠 정도를 선호하나요.

45일 정도가 딱 제 취향이에요. 그보다 오래 하면 너무 꿉꿉해지고, 20일 이하면 맛이 아예 안 나더라고요. 30일 정도는 맛이 다소 미숙해요.

 

완전 최대로 했을 때 기간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프랑스에서 10년까지 한 식당이 있다더라고요.

 

먹을 수가 있나요?

그거를 먹어요. 한 점에 400만 원인가 그렇대요. 술처럼 대하는 거죠. 술도 결국은 에이징되는 거니까.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즐겁고 재밌어요. 새로운 세상이 계속 열리니까요.

 

이견이 갈리는 숙성 방식도 있나요. 드라이 에이징에서도 갈래가 나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기계마다 다르고, 냉장고 크기마다 다르고, 아예 냉장고 말고 큰 공장을 지어서 거기서 숙성을 하느냐가 또 달라요. 인간이 절대값으로 정의하는 걸 좋아해서 대략의 수치는 나와 있습니다만, 수치를 잘 맞춰도 예상한 맛과는 다를 수 있죠.

이 단계부터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서 예술의 영역에 들어가는 거예요. 자기만의 노하우가 필요한 시점이죠. 암만 전문가가 와도 자신의 집은 자신이 더 잘 알잖아요. 홈 그라운드니까요. 그래서 최적의 습도는 70~80%지만 우리 집에서는 60%로 맞추는 게 오히려 맞더라. 이런 노하우를 쌓는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환경에 따라 고정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선 언쟁의 여지가 없나요?

MSG로 숙성한 드라이 에이징 고기

 

어쨌든 그 사람의 철학이니까요. 다만 이런 건 있어요. 요즘 프록시 드라이 에이징이라 해서, 전통적인 드라이 에이징 방식에서 변형해 나가는 형태들이 유행하고 있어요. 특히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번져 나가죠.

해외 유튜버 중에 Guga Foods라는 계정이 있는데, 보면 되게 많은 형태의 에이징을 하거든요. 고기에 버터를 둘러싼다든지, MSG로 고기를 덮는다는지, 다시마로 감싼다든지 하는 식으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다시마 에이징을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국내의 한 가게는 균 배양을 해서 곰팡이 균을 고기에 덮어서 에이징을 하기도 하더군요. 막걸리에 넣는 누룩을 이용해서 기간을 줄이려는 분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합니다.

 

본연의 취지에 안 맞는다?

그렇죠. 이게 드라이 에이징 맞냐. 그냥 에이징 아니냐. 이런 의문이 시선이 깃드는 거예요. 드라이 에이징이 뽑아내는 맛과는 결이 다르다는 비판도 있어요.

이런 시도들의 중심엔 두 가지 목표가 있죠. 첫째, 당연히 맛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는지. 두 번째, 숙성 기간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제 생각엔 이건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건 있어요. 드라이 에이징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This is dry-aged”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정도가 최선의 길이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냥 소를 반 마리 탁 잘라서 어디에 걸어 놓는 방식으로 에이징을 시키는 게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전통적인 방식이 사실 사람들의 입맛에 제일 맞는 거죠. 저도 아직 이렇게 큰 규모의 드라이 에이징은 해보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네요.

 

 

드라이 에이징 고기와 같이 곁들이면 좋을 만한 술은 뭐가 있을까요.

와인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칠레나 미국 산지의 뉴월드 와인이 잘 맞아요.

 

유럽 와인에 비해 뉴월드 쪽이 당도가 높고 향이 강해서인 거죠?

드라이 에이징 고기 자체가 향이 쎄잖아요. 농축된지라 맛이 강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뉴월드 와인이 향과 맛이 강한 편이니까 곁들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죠. 바디감이 묵직해서 펑펑 입 안을 쳐줄 수 있으니까요.

프랑스 와인이나 내추럴 와인은 맛 자체가 되게 섬세하면서도 복잡미묘하거든요. 이들 자체가 산미를 추구하기도 해서 드라이 에이징이 좀 된 고기와 먹으면 맛이 섞여버릴 우려가 있어요.

 

센 거 끼리 만나야 궁합이 좋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렇죠. 드라이 에이징 고기에서 나는 쿰쿰한 향을 와인으로 지워버리고 다시 먹으면 고기 맛이 더 잘 나는 거예요. 그런데 좀 애매한 맛이 중간에 섞여버리면 와인도 고기도 별로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아예 타닌감도 좀 있고 향도 확 들어오면서 달달하기도 한 와인이 적합한 이유예요.

 

 

Comrade Lee와 드라이 에이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듣게 되었다. Comrade Lee’s Steak Association(CLSA)라는 육식 문화를 선도하는 토큰 기반의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거다. 이제 막 NFT 민팅을 앞두고 있다 하여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NFT로 발행되는 원육은 어떤 제품인가요?

USDA 프라임 립아이입니다. 등심인데, 도축업자가 포장한 상태로 유통되는 원물이에요. 정육점에서 취급하는 형태죠. 드라이 에이징을 할 때는 항상 이렇게 큰 피스를 그대로 써야 해요.

소비자에게 유통될 때는 이걸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포장해서 판매합니다. 사업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이런 원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코스트코에 마침 들어와 있어서 적용했습니다.

 

 

요즈음은 어떤 기계를 통해 숙성하시나요. 기계에 따라서도 숙성의 질이 달라지잖아요.

베닉스에서 내놓은 미트 에이저가 있는데, 550만 원이에요. 다음주에 받기로 했습니다. 혼자 먹으려고 CLSA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니 주문했어요.

 

Comrade Lee의 어릴 적 사진을 토대로 NFT 로고를 만들었다. 패션 디자이너인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왜 별명을 Comrade Lee라 한 거예요?

Comrade라는 말이 동무, 동지라는 뜻이잖아요. 커뮤니티를 강조하다 보니 이걸 네이밍에 도입하면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커뮤니즘이라는 단어가 공산주의를 뜻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캐피탈리즘, 즉 자본주의에 첨단에서 서 있고, 드라이 에이징 자체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단 점에서 캐피탈리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서로 배치되는 양극단의 개념을 하나의 요소에 버무려 풀어보고 싶었죠.

마침 또 Comrade Lee’s Steak Association를 줄이니 CLSA라는 증권사와 약어가 같더라고요. 금융권에 있어서 그런가 이런 게 그냥 웃겼어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NFT로 발행한다라, 두 개념을 엮으려는 연유가 뭔지 대충 짐작은 갑니다.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육식 문화를 커뮤니티 생태계가 핵심인 NFT와 연결 지으려는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가장 먼저, 언젠가 미래에 전환이 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NFT 유관 분야를 공부한 지 이제 반 년 좀 넘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세상은 급변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대비하고 있지 않으면 나중에 도태될 수도 있겠다는 압박감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커뮤니티 생태계를 좋아해요. 고기는 커뮤니티 문화라고 말씀드렸었죠. 저는 저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는 거예요. 사람을 모으는 재미가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베이스 코리아라는 카페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이런 재미를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거죠. NFT로 세상이 변화하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문제예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고기라는 주제를 통해서 받아들여 보겠다는 취지인 거죠. 더군다나 아직 육식 관련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NFT 프로젝트가 없기도 하고 말이죠. 양쪽을 연결해보겠다는 게 취지였습니다.

 

토큰이라는 구심점이 있어야 커뮤니티가 커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렇죠. 지금 한국의 드라이 에이징 시장이 많이 축소가 된 상황이에요. 수요와 공급이 서로 대칭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드라이 에이징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수요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어야 투자할 텐데 그게 짐작이 안 되니까 생산을 안 한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수요자가 직접 생산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선순환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거죠. 수요자들에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도구를 쥐어주고 싶다는 게 제 소망입니다.

 

토큰 경제로 커뮤니티를 어디까지 키워보고 싶은지요.

자생이겠죠. 자신들이 먹고 싶은 고기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서 드라이 에이징 고기가 선순환 구조 안에서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종국엔 목장이나 숙성 시설을 직접 갖추는 데까지 나아가겠죠. 그리고 소 품종, 사료 종류, 도축 시기와 숙성 기간, 유통 과정까지 많은 의사 결정 과제가 주어질 겁니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그보단 저는 육식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을 제고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고기 제대로 굽는 사람들 별로 없거든요. 그게 조금 싫었어요.

뭐가 되었든 한 생명을 희생해서 먹는 건데, 너무 대충 먹을 때가 많아요. 존중 없는 식문화라고 할까요. 그런 문화를 없애고 싶어요.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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